Home > 커뮤니티 > 이용후기

이용후기

토끼와 옹달샘을 다녀가신 분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다녀가신 발자취를 남겨주세요.

작성하신 글은 바로 등록 노출되지 않습니다. 스팸글 방지 차원에서 관리자가 확인 후 등록되는 점 양해바랍니다.

제목 봄으로의 초대
등록일 2013-02-27 작성자 김경만
작성자 김경만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만나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됨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집 베란다 앞 백목련이 다 지고만 봄날, 연초록의 잎을 바라보고 있는데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숲 속으로의 초대…….

일상에서의 탈출본능이 꿈틀거렸다. 온갖 암울함으로 얼룩진 겨울이 다 가고 새로이 찾아든 봄날이기에 그러하며 아직은 제대로 봄을 느끼지 못하였기에 더욱 그러했으리라. 몇 날을 기다렸다가 약속된 날에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함께 생활하는 강아지를 텅 빈 집에 남겨두고 나서기가 미안했지만, 집사람이 퇴근할 때까지 허기를 달랠 음식과 물을 준비해 두고 무료함을 달랠 장난감을 어지러이 놓아두고서 눈을 마주하며 짧은 교감을 나누었다. 얼마 전부터 같이 생활하는 귀여운 푸들이다. 함께 떠나자는 듯 꼬리를 흔들며 먼저 나서려 한다. 꼭 안아 주고는 길을 나섰다. 아직은 시간 여유가 있어 낙동강어귀로 향하였다. 수양버들이 하늘거리며 강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강물 앞에 서서 무심히 한참을 보냈다. 바다를 즐기지만 봄 향기를 가득 머금은 강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는 듯하다. 자유가 느껴 왔다. 시간이 얼마간 흘러 평온을 담고는 마음을 돌려 차에 올라 고속도로에 몸을 싣고 천태호가 유유자적 일렁이고 있을 삼랑진으로 향하였다. 마음마저 홀가분하게 만드는 바람을 고스란히 안으며 물의 고장 삼랑진에 이르니 초입에 시골 장날이 펼쳐져 봄날의 향기를 펼쳐 놓고 있었다. 어떤 이끌림이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하였다. 장터에서 한참을 머물며 기웃거렸다. 그 왁자함까지도 봄기운과 어우러져 마냥 즐겁다. 만끽하였다, 이 봄을…….

안태호에 이르기 전 펼쳐진 벚꽃 터널은 실로 장관이었다. 그리고 호수를 끼고 도니 소담스런 꽃길은 내 눈을 호사시킨다. 눈으로만 만족하겠는가? 꽃 비 되어 내리니 온몸이 열리며 개운함으로 감싼다. 그리하여 분홍 잎이 융단처럼 깔린 한적한 길은 목적지에 당도하기까지 자유로 너울대고 있었다. 아직도 약속시간에는 여유가 있어 인근에 있는 여여정사에 들를 생각을 하였다. 산길을 한참을 오르니 아담한 사찰이 무언으로 반긴다. 얼마 전 세인들에게 큰 가르침을 선물하고 입적하신 법정스님이 떠오름은 어쩌면 당연할 터. 결코, 인간의 욕심은 채울 수 없기에 불필요한 것에 대해 집착을 하지 말라는 무소유의 정신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무소유가 소중한 가치라지만 스님의 ‘무소유’라는 책만은 소유하고 싶다고 하신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이 의미하는 바를 다시 생각한다. 큰 어른 두 분이 우리 곁을 떠나시니 그 자리가 너무 커 이 사회가 많이도 빈 듯하다.

너무 여유를 부렸는지 시간이 훌쩍 흘렀다. 서둘러 목적지인 숲 속 도서관 ‘토끼와 옹달샘’에 도착하니 주인장이 화들짝 반겨준다. 마주 잡은 손이 따사롭다. 그 반가움 속에 들어서니 눈앞에 펼쳐진 숲 속 전경이 아늑하고 포근하다. 서너 차례 들렀던 곳이지만, 오늘은 더욱 따뜻하게 다가왔다. 자연 친화적 공간, 보존의 의미가 강조된 나들이 장소로의 숲속이다.

운영자는 이곳을 열면서 인문학 정신이 담긴 소개 글을 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토끼와 옹달샘'은 삼랑진 안태호 벚꽃 길 오른편 언덕에 위치한 시골 농장입니다. 1년 전 이 농장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엄두를 내기 어려운 모습이었습니다. 집과 마당을 제외한 모든 공간은 억센 풀로 뒤덮여 있었고, 4~5년간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던 과일 나무들은 주위의 키 큰 풀들과 칡넝쿨에 엉켜, 마치 거친 숲과 같은 모습으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한 해 동안 길을 다듬고 무너진 돌을 쌓고 묵은 가지들을 정리했습니다. 몇 년간 힘 좋게 자란 풀과 가시덤불을 베어내고 나니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었습니다. 올봄에는 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곳에 철쭉과 진달래를 옮겨 심고, 여름을 기약하며 장미나무도 구입하였습니다. 과일 나무도 몇 그루 더 추가하였고, 뒷산에 숨어 있던 산책로와 등산길을 찾아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다듬었습니다. 어설픈 구상으로 정리를 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고, 도와주시는 분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가장 중요한 본관 건물도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욕심대로 하자면 평생이 걸리겠다 싶어, 우선 흉허물을 이해하고 덮어줄 수 있는 분들에게 먼저 선을 보이기로 하였습니다.
‘토끼와 옹달샘 이야기’는 조그만 시골 농가와 그 곳에서 가족으로 살고 있는 자연과 동, 식물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강원도 산간벽지에서 태어나 줄 곳 도시인 행세를 해온 사람이, 가끔 삶이 힘겹고 어려울 때 옛 고향의 정서를 그리며 그들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운영자의 이러한 정신은 숲 속 곳곳에서 드러난다. 유수 조경업자의 조언을 빌어 조성하면 편하고 시간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인위적인 냄새가 너무 짙어 애초에 계획한 친 자연적인 요소가 상실될 것이 염려스러웠다고 한다. 이러한 고집이 곳곳에 묻어 있어 어느 한 곳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나간다.’는 경구가 진리임을 느끼게 하여 주는 부분이다.

나란히 산책길을 걸으며 떠오른 소견이나마 감히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곳 역시 사회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보통’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보통이라 말할 때 기준은 다수 정상인이다. 그들 범주에서 벗어나면 장애인이 된다. 이렇게 보통의 기준은 우리 사회에 획일적이고 편향되어 있다. 다양성이 모자란 사회임을 나타내는 단적인 예이다. 건강한 공동체는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며 서로 배려하고 개인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이라는 기준으로 세상을 재단하려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똑같은 개인은 없다. 모두가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휠체어를 탈 수밖에 없는 장애인도 보통 사람이 되어 자유롭게 이곳을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보통의 기준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까지로 넓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운영자도 염두에 두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이 보통인가…….

산책로를 걷고 있자니 법정스님의 행복론이 떠오른다.
“지금 여기,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놓치지 마세요. 지금 알아차리면 됩니다.”
하여,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순간의 행복을 알아차리려 한다. 아마도 주인장은 찾아드는 이들에게 행복을 선물하기위해 우직함으로 지행합일을 실천하는 것이리라. 지식과 행동은 일치해야 한다. 그런데 알면서도 별의별 핑계를 대며 처세에만 치중하는 지식인, 기업인이 이 세상에는 많지 않은가. 이곳의 운영자는 회장의 직함을 가진 중견 사업가다. 그런 그가 사회사업에 눈을 돌려 마을에 도서관을 건립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비영리 법인을 후원하고 이 숲 속에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숲 속 도서관을 조성하는 일에 조금의 망설임 없이 나서는 것에 대해 필자는 그 의도를 다 알아차리기 어렵다. 하지만, 단 하나 지금껏 이룬 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일 것이라 여겨진다. ‘무감어수 감어인’이란 경구가 떠오름은 내 모자람이 크기 때문이라. 이 고귀한 정신을 실천하는 이에게 나를 비추어 다잡아 볼 생각을 하여 본다.

저녁상을 앞에 하고서 들려준 기업인의 경영철학이나 지닌 기업가로서의 고뇌와 긍정적 삶의 철학들은 동안은 경험하지 못한 가치관이었기에 소중한 가르침으로 기억해 두었다. 뒤늦게 합류한 지인들과 늦은 밤까지 이야기꽃을 피우며 새로운 생각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동튼 희뿌연 아침에는 벚꽃 위에 눈꽃이 핀 숲 속의 하얀 산책로를 걸으며 뜻하지 않은 경이로움을 경험하였다. 벚꽃이 한창인 4월에 눈이 내린 것이다. 주인장이 손수 장만하여 밤새 장작불로 푹 삶아 낸 오골계로 아침상차림을 받으니 일행 모두 고마움에 어쩔 줄 몰랐다. 사모님이 손에 쥐어준 맛난 김치와 탐스러운 명품 삼랑진 딸기를 차에 담고서 온정 가득한 봄으로의 초대는 그 일정이 훈훈함으로 갈무리되었다. 이 얻어 가진 좋은 기운은, 삶에 지쳐 힘들 때 조금씩 꺼내 쓸 요량을 하여 본다.


(주)큐라이트 기업블로 (주)큐라이트 사원연수원 인스타그램 (주)큐라이트 홈페이지 (주)큐라이트 홈페이지 (주)큐라이트 기업블로그 (주)큐라이트 사원연수원 인스타그램 (주)큐라이트 홈페이지 (주)큐라이트 기업블로 (주)큐라이트 페이스북 (주)큐라이트 트위터 (주)큐라이트 카카오스토리 (주)큐라이트 사원연수원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