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못생겼지만 현명하다 소문난 랍비가 로마의 공주를 만났다.

랍비를 본 공주는 이렇게 말하며 그를 비웃었다.

“그토록 소문난 지혜가 못난 그릇에 담겨 있었군.”

랍비는 공주에게 궁전에 술이 있는지 물었다.

공주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랍비는 공주에게 이렇게 물었다.

“궁전에 있는 술은 어디에 담아두십니까?”

공주는 말했다.

“일반적인 술병에 담아 놓지요.”

랍비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

“공주님은 다른 나라도 아닌 대 로마제국의 공주님이 아니십니까.

훌륭하고 귀한 술병을 차고 넘치도록 많이 가지고 계실 텐데 왜 그런 볼품없는 곳에 술을 담아두십니까.”

랍비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한 공주는 그 즉시 궁전 안에 있는 모든 술병을 금, 은으로 만든 술병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그 날 이후부터 술 맛이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니, 대체 술 맛이 왜 이런 것이냐!”

로마 황제는 달라진 술 맛 때문에 크게 화를 냈다.

공주가 말했다.

“일반적인 술병이 아닌 값비싼 그릇에 술을 담아놓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하여…”

황제에게 꾸지람을 들은 공주는 곧바로 랍비를 찾아갔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서 왜 나에게 술병을 바꾸라고 하였소.”

랍비가 대답했다.

“때로는 귀하고 소중한 것을 보잘것없는 그릇 속에 두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단지 공주님이 이를 아셨으면 하는 바람에 그랬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