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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단법인 한국독서문화재단 운영위원들의 봄나들이
등록일 2014-04-06 작성자 서창호
작성자 서창호
4월 5일 토요일 삼랑진의 토끼와 옹달샘에 갔다. (사)한국독서문화재단 운영위원 5명과 동석했다.
몇 년 전에 삼랑진에 토끼와 옹달샘이 조성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그동안 한 번도 걸음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가게 되었는데, 마침 조상 묘를 둘러보러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대동 톨게이트로 가는 길은 정체가 심하였다. 도중에 김해로 빠져나와 국도를 타고 삼랑진으로 내달렸는데 가는 길의 봄 정취가 너무 아름다웠다. 토끼와 옹달샘이 가까워지자 삼랑진댐 옆을 타고 오르는 길에는 기다란 벚꽃 터널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이 또한 가히 장관이었다.

10시에 출발해 12시경에 토끼와 옹달샘에 도착했다. 도중에 석위원께서 삼랑진 딸기를 한 소쿠리 샀다. 석위원은 삼랑진이 고향이라 하신다. 그래서 삼랑진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 성장과정의 에피소드를 많이 들려주셔서 토끼와 옹달샘 가는 길이 자연 삼랑진 역사 탐방길이 된 듯했다.

일행의 배고픔을 배려하여 봄나물이 가득한 점심식사가 부페식으로 준비되었다. 나는 두 그릇이나 뚝딱 한 후, 토끼와 옹달샘이 조성된 산자락을 타고 산 정상에 올랐다.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도중에 길이 끊어져 꼭대기를 향해 무작정 올라갔다. 거미줄이 여러 번 얼굴에 걸렸다. 엊그제 비가 와서 땅은 습기를 머금고 있어 푹신했다. 정상에 올랐더니 여기저기 진달래가 한창이다.

산을 올라가면 다시 내려와야 한다. 진달래에 취해 다니며 사진을 찍다가 사람 다닌 흔적이 보이는 길을 찾아 내려오려 했는데, 이 길도 도중에 끊어졌다. 토끼와 옹달샘쪽이라 생각하고 방향을 가늠해 무작정 내려왔다. 한 10여분을 헤매었을까 드디어 등산로를 찾아냈다.
다래 덩쿨이 소나무 등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 칭칭 감은 모습을 보고, 잘라내고 싶은 충동이 들었는데, 이곳을 조성한 주인장께서도 나중에 그에 대해 말씀하셨다.

내가 산 위로 오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쑥을 캐고 있었다. 나는 산꼭대기를 보려 했지만, 이들은 보다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술을 배우고 있는 한 분은 예쁜 풍경을 폰카메라로 신중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그 중 일부는 카카오톡으로 나도 받았다. 그리고 그분에게서 피사체를 줌인하여 확대하였을 때 피사체를 잡아 선명하게 찍는 방법을 배웠다. 몇 번 연습해보니 원리를 알겠다.

내가 이곳에 오면서 계속 부르짖듯 요구한 것이 있다. 바로 촌닭 백숙을 해달라는 것.
맡겨놓은 물건도 아니면서 계속 촌닭을 먹게 해달라고 했더니, 주인장의 뚱한 표정! 저 위에 닭이 있는데 잡을 사람이 없으니 잡아다 놓으면 삶아 주겠다는 것이다. 나는 닭을 잡겠다고 했으나, 기르는 닭을 함부로 해치는 것이 좀 그러해서 주저주저하였는데, 결국 밀양에서 촌닭이 공수되었다. 3마리씩이나!

가마솥이 얹어지고, 장작불이 댕겨졌다. 그리하여 근 3시간을 푹 고았다. 저녁 7시경에 촌닭 백숙을 시식했는데, 가슴살조차 쫄깃쫄깃 한 것이 여간 맛이 아니었다. 배터지도록 먹고도 남았다. 닭죽을 끓이려다 포기하고, 남은 것은 국물까지 더해 포장을 해서 집에 가져가겠다고 했다. 아하! 이런 철면피가.
거기에 더해, 오리알도 달라 하여 하나 챙겼다. 나의 뻔뻔함 덕에(?) 다른 위원들도 약간을 챙겨 차에 실었다. 한 밤 자고 가라는 이사장님의 간곡함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아침 일정 때문에 나는 가야 한다고 했고, 다른 위원들도 자동차로 이동했다. 밤공기가 차가웠다. 혹시나 하고 올려다본 하늘에는 별빛이 없다. 구름이 온통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온갖 색이 그 색조를 자랑하는 토끼와 옹달샘은 주인장께서 아팠을 때, 심신의 휴식을 취할 겸해서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제 주인장의 건강은 완전히 회복되었고 식물과 동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커짐과 동시에 삶에 대한 관조와 관대함도 함께 커졌다. 주인장은 3시간 동안 우리들의 뻔뻔한 위장을 채우느라 장작불 앞을 내내 지키고 섰고, 그 와중에서 아는 지인의 출현을 일일이 반갑게 맞고, 함께 일하는 사원의 출입을 고마워하고 그 자녀들에게 용돈을 쥐어주는 섬세한 넉넉함을 보여주었다.

토끼와 옹달샘은 서향하고 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음하고 앞에는 작은 계곡이 흐르고 있지만 조금만 내려가면 댐이 자리잡고 있어 그 기운이 차갑다. 그런데 주인장의 열정은 이곳을 양지로 둔갑시켰다. 오리알을 가지러 함께 닭장과 오리장을 올랐을 때 나의 가족, 나와 책읽는 모임을 하는 사람들과 이곳에 자주 들러달라는 따뜻한 말을 해주셨다.

나와 이분들과 첫 인연은 1998년이다. 그리고 2003년 내가 부민초등학교에 근무하게 되면서 사단법인 한국독서문화재단 출범과 더불어 인연이 깊어졌다. 나 때문에 이분들이 마음 고생을 한 적도 있었지만, 한 번도 그런 내색을 표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그럴 때 나를 이해하려 했고 기다려주셨다. 나는 물심양면으로 빚을 지고 있다. 몇 가지 일로 인해 내가 마음 정리를 못하던 차에 스스로 서먹해지면서 만나뵙기가 부담되었다. 그럴 때도 여러 번 나의 근황을 살펴봐주시고 평안을 빌어주셨다. 지난 해 말, 올초에 사단법인의 이사장님과 부산원북(One Book One Busan) 관계로 말씀을 나누며 관계를 회복했다.

어떤 나이 지긋한 분이 내게 일러준 말이 있다. 인연을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는 것! 내가 굳이 무엇을 받아서가 아니라도 관계 형성은 늘상 살얼음 걷듯 조심해야 한다. 도리를 지킴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내게 은혜를 끼친 분들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이날 나는 봄봄(‘김유정’의 표현)을 만끽하고 마음과 몸이 가뿐해졌다. 게다가, 눈으로 몸으로 확인한 건강한 상태, 자연미 물씬 풍기는 현장 속을 거닐었다. 나는 말 그대로 재충전되었다. 뜨거운 닭백숙, 장작불의 사그러짐, 포근한 시선, 다양한 색깔의 봄정취, 끝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어떤 분들의 부드러운 미소, 마냥 웃을 수 있는 해맑음이 보약이었다. 아는 분들에게 토끼와 옹달샘에 이르는 길, 또 토끼와 옹달샘에서의 정취와 주인장 내외의 인심을 만나게 해드리고 싶다.
내외분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빕니다. 합장.

한국독서문화재단 운영위원장 서창호(독서운동가, 보수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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