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후기
토끼와 옹달샘을 다녀가신 분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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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숲 속에서 책을 만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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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3-02-27 | 작성자 | 김경만 |
작성자 | 김경만 |
가을을 다 삼킨 초겨울비가 스산하게 내리고 있다. 두어 번 그날을 회상하며 펜을 들었다가 풀잎 이슬처럼 내 사유는 증발하였다. 소중한 것을 내 동공 깊숙한 곳에 아련하므로 남겨 두었는데 텅 빈 거실 전화기가 울리고 끝내는 그들을 떠올리게 한다. 꽃이 잎 같아지고 이제는 하나하나 균열이 보이는 낙엽 되어 떨어졌으니 비에 젖은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데…….
소중한 것들을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지만, 오늘 이후를 또 가야 하기에 냉랭한 나목의 숨결 속으로 떠난다. 이제 그곳은 맴도는 차가운 바람과 함께 봄의 연정을 잉태하기에 바쁘리라. 가진 것 다 내어주고 서 있는 모과나무도 그리움 품은 채 열매 꿈을 꾸고 있으리니.
부산 여기저기를 책과 함께 걷고 사색하며 사랑을 나눈 지 3개월이 되었고 이제 그 마지막 자리를 향하기 위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차가운 칼바람이 불어왔지만 늦게 도착한 차를 원망하진 않았다. 이날 목적지는, 세 갈래 물결이 일렁이는 나루라 하여 이름 지어진 삼랑진에 있는 숲 속 도서관, '토끼와 옹달샘'이다. 고속도로를 내달린 차가 삼랑진역사를 지나 안태호 벚꽃 길 오른편 언덕에 있는 소담스러운 풍경이 있는 곳에 일행을 내리게 한다. 퍽 아름답고 인상적인 곳이었다. 특히나 주변 풍광이 빼어나 이내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이곳에 숲 속 도서관을 조성하면서 밝힌 변을 들어 보면 인문학을 실천하려는 운영자 의지가 느껴진다.
“토끼와 옹달샘 이야기는 조그만 시골 농가와 그곳에서 가족으로 사는 자연과 동, 식물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강원도 산간벽지에서 태어나 줄 곳 도시인 행세를 해온 사람이, 가끔 삶이 힘겹고 어려울 때 옛 고향의 정서를 그리며 그들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줄곧 사유하였던 인문학 실천의 장이 이곳 숲 속 도서관이 아니고 무엇이랴. 하여, 이곳에서의 마지막 활동이 사뭇 의미 있게 다가왔다.
살랑살랑 조곤조곤, 서로 나누는 시간. 조금은 긴장되고 흥미로우며 기대가 되었다. 모두의 감흥과 생각이 다를 수 있기에 이 나눔의 시간은 소중하다. 하나같이 좋은 시간이었으며 행복한 추억이 될 것이라며 둥근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자신이 읽었던 책 중에 모두와 공유하고픈 책을 소개하는 시간에는 공감과 의욕마저 넘쳤다. 그리고 이 만남을 글로 나누며 더 좋은 의미의 만남을 약속하였다. 수료식이 진행되고 준비한 선물을 나눌 때는 너와 지붕이 들썩거릴 정도의 박수와 함성이 함께하였다. 앞마당 닭이 홰를 치고 강아지가 놀라 짓고 토끼 귀가 쫑긋 세워졌으며 숲 속 정자나무도 빙그레 웃고 있으리라. 마주앉은 산 그림자가 짙게 물들 즈음 아름다운 숲 속에서 사랑 나눔은 포근히 갈무리 되었다. 그리하여 숲 속 도서관 ‘토끼와 옹달샘’에서의 에필로그 행사는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너, 나 우리 모두에게.
아기 바람이 솔가지에서 새근새근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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