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가 가족여행을 왔다가 길을 잃었다.

이리저리 헤매다 우물을 발견한 소녀는 목을 축이기 위해 두레박줄을 타고 내려갔다.

물을 다 마시고 난 소녀는 다시 올라가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도저히 혼자서는 위로 올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소녀는 큰 소리 울며 누군가는 들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도움을 구하였다.

다행히도 그 우물가를 지나던 한 소년이 소녀의 울음소리를 듣고선 소녀를 무사히 우물 밖으로 꺼내 주었다.

우물에서 빠져나온 둘은 곧 사랑에 빠졌고 서로의 사랑을 맹세하기 위해 증인이 되어줄 누군가를 찾아야겠다고 말하였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어디선가 족제비 한 마리가 튀어나오더니 반대편 숲 속으로 사라졌다.

이를 본 소녀는 이렇게 말했다.

“방금 지나간 저 족제비와 우리를 맺어준 이 이물이 우리 사랑의 증인이 될 거에요.”

그렇게 굳게 약속한 두 사람은 서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그리고선 몇 년이 지났다.

소녀에서 여인이 된 그녀는 소년과 했던 약속을 잊지 않고 그를 기다렸다.

하지만 장성하여 청년이 된 소년은 다른 여자와 결혼하여 아이까지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이었다. 청년의 아이가 잔디밭에서 놀다가 족제비에게 목이 물려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청년과 그의 아내는 무척이나 슬퍼하였다.

아이가 세상을 떠난 후 또 다른 아이가 태어났고, 부부는 그 아이를 애지중지 기르며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아장아장 걸을 무렵, 우물가에서 우물에 비친 그림자를 보며 놀다가 그만 우물에 빠져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청년은 그제서야 우물가에서 사랑을 맹세하였던 소녀의 존재를 떠올렸고,

당시 사랑의 증인이 족제비와 우물이었다는 것도 기억해 내었다.

그래서 청년은 아내에게 과거의 일을 사실대로 털어놓으며 헤어지자고 말하였다.

청년은 다시 소녀와 만났던 마을로 돌아가 소녀를 찾았다.

소녀는 그때 소년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혼자서 소년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렇게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