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옹달샘 이야기
토끼와 옹달샘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복덩이 황구야 미안하다
복덩아 잘 지내고 있지?
오늘 너를 데려간 연수원 아저씨가 보낸 사진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구나.
처음 네가 연수원에 왔을 때, 그 모습이 참 멋있고 당당해 보였었단다. 그리고 네 이름대로 우리 연수원에 정말 복덩이가 들어왔다고 생각했었지.
네가 오기 며칠 전, 연수원에 작은 사고가 있었단다.
방사해 키우던 닭들이 이름 모를 산짐승에게 물려 다섯 마리가 죽었고, 또 일주일 후엔 닭장 안에 남아 있던 열네 마리의 닭들도 다 그 녀석에게 물려 죽었단다.
어떤 녀석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참 나쁜 놈들이지? 연수원 아저씨들은 너구리일 수도 있고 오소리일 수도 있다는데 아직은 어떤 녀석들인지 확인을 못하고 있구나.
연수원 아저씨들은 결국 닭들을 지켜줄 수 있는 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웃 마을에 부탁해서 너를 데려 오기로 했단다. 나도 그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동의를 했었지.
그리고 얼마 후 네가 우리 연수원에 왔었지.
그날은 마침 내가 연수원에 들렀었는데 막 도착해 있는 너를 만날 수 있었단다. 아직 어리기는 하지만 위풍당당 늠름한 모습이었고, 잘 생기기도 해서 참 반가웠단다.
그리고 너도 기억하지? 내가 너를 쓰다듬어 주면서 못된 놈들이 닭들을 죽이고 있으니 올라가서 잘 지키라고 부탁했던 거.
그때 너도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 있다고 말했었지.
그리고 이틀 뒤 내가 연수원에서 하루 머물게 되었을 때, 우리 복덩이가 잘 있는지 보려고 너를 만나러 갔었지. 닭장까지 갔지만 이미 날이 어두워진 시간이어서 너를 찾기가 쉽지 않았었단다. 인기척을 느낀 네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서야 너를 찾을 수 있었는데, 그 순간 나는 너무 미안했었단다.
너는 나를 보자마자 너무 무섭다고 했었지, 인적이 없는 산속에서 하루 종일 혼자 지내기도 어렵고, 깜깜한 밤이 되면 더 무섭다고 말했었지. 그러면서 내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네 모습을 보고 나는 더이상 너를 마주하기가 어려웠단다.
덩치는 위풍당당했었지만 아직은 아기 강아지에 불과했던 네가, 아무도 없는 깜깜한 밤을 혼자 지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던 우리가 참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러다간 닭 살리려다 강아지 죽이는 결과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날 당장 너를 본관 마당에 있는 강아지(아롱이) 집으로 데려가라고 했었단다.
마침 아롱이도 혼자 지내는 처지였기 때문에 너와 친구로 지내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던 거지.
그러나 며칠 뒤 연수원 아저씨들이 또 문제가 생겼다고 하더구나. 너를 친구로 맞이할 줄 알았던 아롱이가 네 밥을 빼앗아 먹고, 밥을 못 먹도록 감시를 해서 네가 아주 힘든 상황에 처해졌다고 걱정이 대단했단다.
나는 복덩이가 그런 아롱이를 이해해 줬으면 한다. 아롱이도 착한 아이인데 아마 네가 덩치가 크다 보니까 자기 밥을 뺏길까 봐 걱정을 했던 것 같다. 만일 싸웠다면 나이는 어리지만 아롱이보다는 덩치가 한참 큰 복덩이가 지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복덩이가 마음이 착해서 양보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 연수원 아저씨는 너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단다. 거기에는 네 친구가 될 만한 강아지들도 있고, 아저씨와 아줌마가 항상 널 보살필 수 있다고 했지.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나는 네가 낯선 집이 아닌 그 아저씨 집에 갈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단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아저씨와 너는 이미 정이 들었고, 무엇보다 아저씨 마음씨가 좋아서 너를 잘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지.
며칠 전 아저씨에게 네 소식을 물었더니 네가 아주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줬단다. 그리고 오늘 네가 지내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받았는데, 참 반가웠단다. 그동안 덩치도 더 많이 커졌고 황금빛 털도 더 짙어졌구나.
그러나 우리 복덩이가 잘 지내고 있다고 해도 나는 항상 네가 걱정이 되고, 연수원 식구로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단다. 그리고 며칠이었지만 아직은 어린 너를 그 깜깜한 산중에서 혼자 지내도록 했던 잘못도 깊이 뉘우치고 있단다.
아저씨 집에서는 네 밥을 빼앗아 먹는 친구가 없다고 하니, 밥 많이 먹고 튼튼하게 자라거라.
내가 아저씨에게 너를 연수원으로 한번 데려오라고 부탁했으니 그때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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