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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

제목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그 때는 그랬다.
우리 두 사람은 두 개의 육신에 나누어 깃든 하나의 영혼인 것 같아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늘 당신이 고프고 갈증이 나요.

죽어도 잊지 못할 것 같은 당신의 이름이 가물가물해지고
평생 기억할 거 같아서 저장도 해두지 않았던 전화번호도
어느날부터 도무지 머리에서 떠오르지 않을 때가 오고
사진 하나 남겨 두지 않은 얼굴은
아무리 애를 써도 눈코입이 다 떠오르지 않을 때가 왔다.

그러한 어느 날이라도 상관없다
문득,
보기에도 헐렁해 뵈는 낡은 구두를 신은 사람이 문득 내 앞을 걸어가고 있거나
누군가가 음식을 먹을 때 서툰 젓가락질을 하고 있는걸 보게 되거나
바닷가 어느 찻집의 이름을 우연히 듣게 되는 날이거나
유난히 희고 긴 남자의 손이 눈에 들어오는 날
다독다독 어루만지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오는 어느 날 인가에도
누군가가 무심히
늘어뜨려진 내 머리칼을 걷어 올려주는 날도 그럴 것이고
어떤 노래의 제목을 듣는 것 만으로도

섬광처럼 뜨겁고 아프게
온 우주가 함께 기억하고 있는 그 시간으로 나를 데려가고야 만다.




-왜, 사랑은 함께한 날 보다
돌아서서 그리운 날이 더 많았는지. -
( 김기만/그리움에 대하여 중에서 한 줄 인용)

[글쓴이 : 박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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